독후감 - 2018년 3~5월

1달러 프로토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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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획기적으로 서비스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스트잇 한 묶음의 비밀!

엄청 길고 쓸데없는 부제에 실망할 겨를 없이 아주 얇고 유익하고 간결하고 비싼 책이다. 그림 그리는 것과 이야기 만드는 것, 생각을 정리하는 것 모두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아주 즐겁게 읽었다. 머리를 식힐 때 옥상에서 매일 꾸준히 그림을 그려볼까 다짐했던 과거는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마치 ‘아참! 나는 매일 밤 자기 전 플랭크를 하기로 했었지’와 같은 뻔하고 당연한 클리셰가 되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해볼까!

디자인 오브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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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먼스 미신》의 저자, 브룩스 교수의 설계 에세이

맨먼스 미신을 읽진 않았으나 명성을 익히 들어봤고, 거장의 신작이라니 뭔가 땡기기도 하고, 누군가 추천하며 재밌게 읽기도 하고, 마침 설계에 대한 고민이 되던 시기에 고른 책.

정말로 이름대로 디자인 오브 디자인. 즉, 설계를 어떻게 설계할 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설계에 대한 답답함에 고른 책이었는데, 컴퓨터 과학이나 컴퓨터 아키텍쳐에 발톱만큼의 관심도 없는 나에게는 조금 지루하긴 했다. 오히려 건축을 다루는 부분은 꽤 흥미롭기도 했고, 에세이답게 그 과정을 너무 길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설명을 한다. 그래서 후반부 건축 설계쪽은 프로그래밍 설계에 대한 은유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브룩스 아저씨는 어떤 분야든 설계 프로세스의 핵심이 되는 부분에 공통점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애자일(이 용어를 썼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결국 애자일 만세), 제한된 자원, 제약 조건, 설계 모범 사례 등에 대해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이 할아버지 엄청 똑똑하다는 감탄이나 하고 앉아있을 무렵 사례 연구의 홍수에 허우적거리다 책을 덮었다. 마지막엔 솔직히 슥슥 넘어갔다고 고백한다.

이 무거운 책을 들고 읽다 팔에 배긴 알보다 내 머릿속 지식과 교양이 먼저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슬플 뿐.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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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전주영화제와 함께 한 테드 창의 중편 소설.

사실 영화 컨텍트의 원작 소설(당신 인생의 이야기)을 읽어야지 했다가 잘못 고른 책인데, 꽤 좋았다.

나는 작가 소개부터 차례로 읽는 편이라 매우 분명한 편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자마자 딱 공대생 혹은 프로그래머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간과 타 객체와의 (여러 종류의) 관계를 다양하고 섬세하고 다루고 있다. 육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의식이란 무엇인가’같은 논쟁을 해도 좋을 내용도 담겨있다.

그래서 중편이라는 애매한 길이인데 너무 다각도로 짚은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마치 비틀즈처럼 앞서 이런 작품을 만든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똑똑하게 마음껏 질러놓은 작품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글쎄. 내가 비틀즈에 열광하지 않는 것과 같이, ‘잘했네, 잘했는데 썩 열광할 것 같진 않아’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의 중단편 모음집)까지는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기능적으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일 것 같다.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이야기처럼.

유혹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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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창작론

처음 1/3 정도는 스티븐 킹의 어린 시절부터의 자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렇게 키우면 스티븐 킹이 되는구나(이건 경고이기도, 격려이기도…)를 알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육아서적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작가로서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가, 작가는 어떤 생활을 하는가, 자신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내가 읽은 스티븐킹이 쓴 첫 책인 것 같다. 읽다보니 그의 글솜씨(비록 번역이 된 글일지라도)가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도 든다. 세련되진 않으나 (아내를 끊임없이 웃겨주는) 유머러스한 노인같은 책이다.

내가 올 해 몸살에 걸렸을 때였나? 정말 드물지만 티비 앞에서 채널을 돌리며 시간을 때우다 서프라이즈를 보게 됐는데, 스티븐 킹이 큰 사고를 당한 내용이었다. 헐리우드의 저주.. 뭐 그런 내용이었다. 바로 그 사고를 당한 시점에 쓰던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글쓰기 워크샵에 대해서도 언급이 잠시 됐는데, 전주영화제에서 본 ‘워크샵’이란 영화도 떠올랐다. 글쓰기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준 그 영화와 이 책은 조금 다른 관점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책 밖의 경험 덕분에 글을 막 쓰고 싶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난 작가는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꾸준히 써야 하고 꾸준히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니…
게다가 수없이 쓰고 거절당하고 버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같잖은 거 한 두개 써놓고 이게 무슨 잭이 키운 콩나무가 될 것인양 다루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그것들을 개인 카페에 모아뒀는데, 지금쯤 빛바랜 콩나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렴 어때.

to be continued

정말 오랜만에 독후감을 쓴다.

올 해 SQL 코딩의 기술이나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도 읽었지만 한번 더 읽고 독후감 쓸 생각으로 벼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인간적인을 읽다 포했다거나 라디오헤드를 그만 읽고 쟁여놓은 사연은 연말 회고 때나 다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