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7

나의 EIDF(EBS국제다큐영화제) 2017년 후기

개발 관련 RSS 피드를 받는 중에도 이렇게 후기를 올리신 분도 계신다.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 The 14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EIDF 2017) 감상 트윗

이 분이 추천하신 게 《섀도 월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꿈의 연대기》, 《라스트맨 인 알레포》,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 4가지였는데,

(뭐 이 분이 평론가는 아니지만) 운 좋게도 《섀도 월드》만 제외하고 다 볼 수 있었다.


다른 영화제보다 상영작이 적어서 그런지 리뷰도 달려있고 영화를 고르기 수월했다.

게다가 시놉시스와 영화 내용이 일치한다.
(영화제 예매를 위해 그 몇 줄짜리 영화 소개를 보신 분은 이해 하실 듯)

무료로 다시보기도 가능하니 참고하시길

이제 나만의 감상평.

우리 사랑 이야기 (The Grown Ups)

우리 사랑 이야기

40년째 다운증후군 환자를 위한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교가 지루하기만 하다. 어느새 50대에 가까워진 그들은 이제 독립한 성인으로 존중받을 자유를 원한다. 집을 사려 돈을 모으고, 사랑하는 연인과 미래를 약속하며, 직업을 찾기도 하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그들을 성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40대 다운증후군 환자들의 아기자기한 귀여운 일상을 보여주다가 독립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접하는 지점까지는 예상 가능했지만,

영화 끝에서 보여주는 현실의 잔임함에는 혀를 내두르게 됐다. 내가 예민하게 바라본 것일 수도 있지만.

학교 내에서는 계속 독립할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데, 학교 밖에서 실제로 어떤 환경에 부딛히게 될 지 알려주지 않는다.

가족이 비싼 등록금을 대주지 않으면 냉정하게 떠나야 하는 학원같은 곳이었다.

학교에선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면서 반지는 반드시 다이아로 받으라고 타협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지만,

이들이 학교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은반지 조차 살 수 없다.

영화 미 투의 경우는 좀 특별한 케이스라고는 하지만,

이 다큐의 아이같은 사람들이나 미 투의 그 똑똑한 사람이나 보편적인 삶을 누리기는 녹록치 않다.

임신을 하게 되면 기형아/다운증후군 검사를 하게 되는데, 그 때의 불쾌함이 떠올랐다.

(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었으므로) 그 땐 ‘아니 그럼 기형아라고 판명나면 죽이기라도 할꺼야?’라는 반발심이 있었는데, 이런 검사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무력한 다운증후군 환자에 대한 다큐를 보며 먹먹했던 마음은 결국 어쨌든 딸램이 아무 불편함 없이 세상에 나와서 다행일 뿐이라는 간사한 감사함으로 수렴되고 말았다.

그들도 가족도 쉽지 않다.

라스트맨 인 알레포 (Last Men in Aleppo)

라스트맨 인 알레포

5년간 지속된 내전. 약 삼십오만 명만 남은 알레포 주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격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자원활동가로 이루어진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은 붕괴 직전의 알레포 현장에서 싸우고 있다. 작은 생명들조차 폭격으로 사라져 가는 일상 속에서, 그들은 인류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문과도 싸우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 정말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장면이 시각적으로 꽤나 인상적인데,

(죽은 아이 산 아이 반반이지만) 모두 출산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저 놈들은 또 왜 와서 민간인을 학살하는가 싶어서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서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시리아 내전에 대해 검색도 해봤다.

그러나 워낙 복잡한 양상이라 곧 이해하기를 포기.

그렇게 미친 듯이 활약하는 민간 구조대 주인공들은 결국 모두 사망한다.

아마 영화에 등장한 대부분이 사망했을 것 같다.

이 동네도 당장 답이 없다.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 (David Bowie: The Last Five Years)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

예측 불가능한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 그의 작업은 늘 흥미로웠고 도전적이었으며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현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이었던 데이빗 보위의 마지막 5년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이 그를 만들어낸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처음부터 본 건 아니지만.

보는 내내 입 벌리고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모 세미나에서 전길남 박사가 나와서 이야기 할 때의 그런 느낌과 비슷했는데,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사고가 막혀있지 않았구나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데이빗 보위의 음악을 즐기게 된 건 아니지만.

리처드 링클레이터: 꿈의 연대기 (Richard Linklater - Dream is Destiny)

리처드 링클레이터: 꿈의 연대기

할리우드 거대 자본의 영향권 밖인 텍사스 오스틴에서 등장하여, 독립영화 제작 방식을 치열하게 실천하려 분투한 어느 감독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희귀한 영상 자료와 언론, 링클레이터 본인과의 인터뷰, 영화 제작 메이킹 필름 등을 볼 수 있고, 매튜 맥커너히, 패트리샤 아퀘트, 에단 호크, 잭 블랙, 줄리 델피, 케빈 스미스 등 함께 작업한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다.

이게 다 이 양반 영화였어?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데이빗 보위처럼 타협 (거의) 없이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에서 둘이 좀 비슷한 느낌도 있었다.

영화를 익히는 초반에 기초를 충실히 닦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역시 체력이 되는 애들은 집중력이 좋구나 싶기도(운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되자 도서관에 짱 박힘).

스쿨 오브 락에서는 나름 상업 영화의 틀 안에 있었지만, 그 캐릭터에 자기 모습을 많이 녹여낸 것도 재미있었다.

씨앗: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SEED: The Untold Story)

씨앗: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인류가 탄생한 직후부터 씨앗은 소중하게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종자 품종의 94%가 사라졌다고 한다. 생명공학 기업이 종자와 농부, 과학자, 변호사들 그리고 토종 씨앗의 수호자들까지도 지배하게 되면서, 우리 식량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대충 대충 구경했지만, 그 다양한 씨앗의 아름다움이 꽤나 인상깊었다.

씨앗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경제의 논리로 다양성을 멸종 시키는가를 다루는 처음 부분은 재미있었다.

종자를 지키기 위해 의외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구나 생각도.

GMO를 다루는 후반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GMO 곡물 자체의 유해성을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를 재배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횡포나 환경 파괴를 섞어서 논점이 좀 흐려진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는 동일하겠지만 말이다.